[ALUMNI]2기 오세윤 - 나에게 451은 '그냥 하는것'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석박통합과정에 재학중인 오세윤입니다. 학부도 동대학교 생명과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현재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어요. 친구들에겐 우스갯 소리로 인조 과메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곤해요. 제가 과메기 좋아해서요.


Q. 대학원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핵심은 Pluripotent (다능성) 즉, 세포가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줄기세포가 어떻게 이러한 특성을 갖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세포 배양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염에 주의하는 건데요, 쉽게 말해서 무균 상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포 배양은 무균실 안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진행하고 있어요. 그만큼 전 깨끗한 남자이지요.



Q.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결심했던 계기가 있나요?

학부 공부를 할 땐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당시엔 제가 들어가고 싶은 실험실이 없었던 점도 있었고, 공부보다는 취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 단지 포항공대 특성상 1년간 연구참여를 거쳐야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었지요. 한동안 연구참여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교수님 한 분이 새로 부임하셨어요. 마침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교수님이 계신 실험실로 신청해 들어갔습니다. 신생 실험실에 가면 사수 선배가 아닌 교수님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었거든요. 그곳에서 직접 지도를 받으며 교수님의 사고 방식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고, 첫 번째 제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연구참여를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요.


Q.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분께 조언 좀 해주세요.

먼저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면서, 자신이 정말 대학원에 적합한 사람인지 스스로 검증해보는 과정이 필요해요. 건조하게 말해서 연구라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좋아한다고,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출구 없는 긴 통로를 혼자 걸으며 인내 하는 길이에요. 워라밸이라는 것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학위라는 자격을 얻으려면 자발적으로 잠을 줄여가며 연구에 몰두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선택한 실험실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는지, 선배 연구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지도 판단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이러한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인턴 과정을 꼭 거쳤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들어가면 돌이키기가 힘들어요. 



Q. 451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운영자가 같이 독서토론을 하자고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냥' 했습니다. 특별한 동기는 없었는데 때때로 만나서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긴 하더라구요. 제가 메인 모임에 성실하게 출석하지는 않아서 주말에 운영자와 따로 만나 공부한 내용을 공유받고 그랬어요. 당시엔 이 단체가 이제 막 시작하는 때였고, 조직의 구조와 체계가 갖추어져 가는 때라 그런 방식으로 만남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Q. 451활동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있다면?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입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관계를 바라보아야 좋은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연찮게 이 책을 읽으면서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이 제가 마땅히 해야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죠.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타인을 소유적으로 바라볼 것인가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볼 것인가? 에 대해 문답하는 내용이에요. 소유적 방식은 타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나의 것으로 여겨 존재 방식을 바꾸려하는 행동인 반면, 존재적 방식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자유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에요. 한용운의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시가 생각나는 책이었어요. 그 시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즉, 저의 자유가 있듯이 관계맺는 타인에겐 그의 자유가 있답니다. 그 또한 이해하고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451 공식 활동에선 기억에 남는 활동이 없어요. 다만, 운영자와 함께 단체의 운영을 고민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운영자는 종종 일요일에 강남에서 저와 대화를 했는데,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들려주었어요.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다는 말에 '그럼 사진기를 하나 구해봐' 했었는데, 그때 산 카메라 덕분에 이렇게 제 사진도 깔끔하게 나올 수 있었네요. 또 한가지 생각나는건, 예전에 들었던 운영자의 계획 중엔 수학 공부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수학과 철학이 맞닿은 면이 있다보니 수학을 공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옆에서 수학 과외도 시켜주었던 기억도 납니다. 아...근데 잘 못하더라구요...



 Q. 나에게 451이란?

'그냥 하는 것' 입니다. 저에겐 내적 동기도, 그만한 열정도 없었거든요. 그냥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 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재미있는 시간도 보냈구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도 친분을 적극적으로 쌓지는 않았어요.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드문드문 생각나는 좋은 기억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네요. 깊은 고민 없이 그냥 하는 것이 때로는 기쁨이 되기도 하는거겠죠.



Q. 451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관심이 없다면 고민도 하지 않았겠죠. 그럼 답이 나온것 같네요. 마음이 있으시군요. 시작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작하고나서 그만 두어도 되잖아요.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