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UMNI]7기 김철환 - 나에게 451은 '존중받는 곳'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7기로 활동했던 김철환입니다.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고, 중국 소재 대학의 석사과정에 합격해서 출국 대기 중입니다.


Q. 대학원 진학 축하드려요. 451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창시절부터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했어요. 대학 진학 후 전공도 잘 맞아서 중국어 공부를 재미있게했고 그러다보니 문학에도 굉장히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게 됐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전공 책만 읽고있는걸 알았어요. 그 뒤로 좀 더 다양한 책을 읽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습니다. 평소에 독서하고나면 누군가와 더 깊은 얘기를 나누고 싶기도했고, 더 나아가서 토론까지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배움의 영역을 조금 더 확장해보자는 생각에서 독서모임을 찾던 중 451을 알게되어 시작하게 됐어요.




Q. 7기는 돈키호테 한 권만 읽는 과정이었는데, 어땠어요? 

돈키호테를 어릴 적 동화로만 접했던 터라 원작을 읽는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기대했었죠. 처음엔 책의 두께가...압박이긴 했지만, 그만큼 몰랐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재미있게 읽었어요. 감상을 나눌 때 예상치 못했던 생각들을 마주하기도 했구요. 나름대로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조사한 여러가지 지식을 서로 공유하면서 '그치 독서토론은 이런거지' 하며 참맛(?)을 맛보기도했네요.

돈키호테라고 하면 대개 무모한 바보를 떠올리는데, 저는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돈키호테처럼 사는 삶이 부러워졌어요. 살다보면 가끔 현실적인 것을 말하며 꿈을 포기하곤 하잖아요? 그러다가 결국 꿈꿀 수 있는 능력조차 잃는 것을 종종 봐요. 하지만 돈키호테는 달라요. 그가 벌였던 기상천외한 전투는 모두 기사담의 일부가 되어 결국 자신이 품은 꿈을 스스로 실현시켜 가죠.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돈키호테를 읽고 스스로에게 외쳤습니다: "돈키호테가 되어보자" 정신 나갔다구요? 어차피 우리 모두는세상에서 돈키호테 아니면 기계가 될 운명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Q. 451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451 회원들이 홈페이지에 독후감을 작성하거나 본인이 공부하는 주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는게 기억에 남아요. 저에겐 그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현재 공부하고 있는 중국현대문학사 개요를 정리해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글을 올리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를 보여주는것이  정체성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알았죠. 




<돈키호테 독서토론 중인 김철환 회원>


Q. 나에게 451이란?

'존중받는 곳'이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드(nerd)가 존중받는 사회를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곳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상생활 속에서 철학적 대화라던지, 문학에 대한 의견을 꺼내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어요. 물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집단에가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려워요. 451은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준 곳이에요. 이곳은 분야에 상관없이 너드스러운 대화가 일상이었고, 오히려 그런 대화를 환영하는 곳이었어요. 




Q.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호르헤 L. 보르헤스 <픽션들>, <알레프>를 꼭 읽어보세요!! 옛날엔 지식이 기승전결의 서사 중심으로 습득됐다면, 21세기의 지식은 동시다발성과 연관성 중심으로 습득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위의 두 소설집은 글이라는 매체가 논리가 아닌 이미지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 준 책이에요. 소설 주제에 많은 각주가 독자의 심리를 압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형식으로 보지 않고 자체 이미지나 심상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색다른 책읽기를 경험할 수 있어요. 



Q. 451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무언가에 미쳐있거나 곧 미칠 운명이에요. 451에 들어와서 즐겁게 미쳐보세요.


Q. 현재 자신을 지탱하는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세계의 반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입니다.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세계 속에 살고 있지만, 그 부분만 보고 체념하면 안돼요. 나머지 반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살아갈 날이 아직 남았다면, 나머지 반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기에 미래를 멋지게 그려나갈 기회가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국현대문학, 그중에서도 도시 문학을 깊이 연구하는 것이요.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데 지금 느끼는 설레임과 열정을 잃지 않고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싶어요. 그리고 강단에서 강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만약 어떤 학생이 문학을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아직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문학은 재미있다는 것, 그렇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7기 활동, 짧은 시간이었네요. 짧아서 더 아쉽지만 후회는 없어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