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우연과 필연 : 그 이분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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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우연과 필연

DIRECTOR · WRITER: 자크 모노

BOOK / MOVIE / ETC: 과학철학서

SCORE ★★★★★

REVIEW:

오늘, 책의 6장 (불변성과 요란), 7장(진화) 에 대한 발제 및 사회를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3시간 가량 이루어졌으며,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이루어진 듯 하다.


발제 목록은 아래와 같다.

(함께 발제문을 제작한 학우분들의 동의를 구했음을 밝힌다.)

(20명 가량의 대학생들과, 생물학과 교수님, 화학과 교수님의 피드백을 거쳤기에 질문상의 오류는 없거나 매우 적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1. 진화의 메커니즘적 요소를 불변성과 요란 뿐이라는 것에 동의 하는가. 즉, 이러한 이분법에 동의하는가

2. 인간의 유전자 개조는 진화의 메커니즘에 포함되는가?

3. 생물학적 동일성을 근거로, 진화분류상 먼 생물들(ex 가재, 회충 등)을 이용한 신경연구는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가?

4.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에 착륙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5. 인류 진화의 가장 강력한 요인은 언어인가?

6. 무한한 환경과 시간이 있다면, 다른 동물도 인간만큼 고등적인 언어를 터득할 수 있는가?





-불변성: 요란 = 필연 : 우연


그 중 첫번째 주제를 통해 우연과 필연에 대한 이분법을 설명하고 싶다.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이분법에 통해 설명한다.

6,7장은 그 중 진화 메커니즘을 이분법으로 나누었는데, 바로 불변성과 요란(搖亂)이다



불변성은 생물계의 변하지 않는 규칙, 즉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데 까지 과학에서 밝혀진 모든 요소들을 의미한다.

적자생존의 원칙을 구성하는 짝짓기 대상을 찾는 전략이나 자연의 선택부터(책에서는 선택압)

감수분열 및 수정되는 과정까지 생명체가 탄생한 이래 '생명이기에 변하지 않는 요소(동일성의 원칙)'들을 말한다



요란은 그 과정 속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것, 혹은 돌연변이 그 자체를 말한다.

대부분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버리지만, 정말 아주 드물게 살아남아 자손을 번영시킨다.

양서류로 진화한 다리 달린 물고기가 그러한 경우다.

불변성과 요란은 진화의 속에서 필연과 우연에 대응된다.







-이분법(우연과 필연)에 대한 의구심


우연과 필연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해보자.

필연은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것, 우연은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토론에서 느낀바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설명에 의문점들을 갖고 있었다.

이를 분류해보았다.





1. 인과관계는 완벽하지 않다. 즉, 인과관계를 갖는다고 해서 필연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없다.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이론들(예를 들어,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 반례를 갖는다는

이유이다. 즉 인과관계는 완벽하지 않다는 논리다.  

이는 대부분 사회학계에서 자연과학 용어를 오용하는 데서 생긴 오해이다.

자연과학에서 인과관계, 즉 법칙들은 반례가 없음, 즉 불변성을 전제로 쓰이는 용어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벌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때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혹은 '경향성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인과관계를 규정하는 인간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항상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에 

완벽한 해석은다 존재 할 수 없다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관점이다

패러다임의 변화(흔히 코페르니쿠스)를 확대해석하며,

현대 사회도 교육을 통해 과학적 해석에 왜곡을 가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이에 포함 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발전의 동력중 하나가 기존이론에 대한 의심이기에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영향을 준 것은 대상을 설명하는 모델일뿐, 관찰 자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지동설은 천동설의 근거가 되었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뉴턴 역학의 중력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현대 양자역학적 원자 모델은 톰슨의 건포도 푸딩 모형을 설명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사람을 속이는 것보다 더 잘 설명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2. 원리를 파악하지 못해서 우연이라고 할뿐,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이 밝혀내지 못했을 뿐, 물고기가 양서류로 진화하는 모든 과정은 설명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양자역학이 그 경계가 되어준다.  양자의 세계는 더 이상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영역이다.

그러기에 확률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초기값을 알 때, 다음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영역들은 그보다 큰 입자인 원자, 전자,분자,양성자의 세계이다.






3. 필연과 우연이 섞인 경우도 있다.

우연히 다리가 생긴 어류가 양서류로 번성하게 된 이후는 다시 불변성을 따르기 때문에(짝짓기) 필연성 요인도 띄게 된다.

필연과 우연 동시에 내재된 경우기에 모순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옳은 반례가 아니다.

대부분의 과학이 환원주의적 시각에서 논리를 완성시킴을 명심해야한다.

즉, 적용되는 최소단위와 적용범위의 경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과학법칙들은 이를 '전제'에서 명시하고 있다.

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엔트로피의 법칙을 집에 널부러진 양말에 적용시킬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질문 자체가 명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짝짓기의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짝짓기 전략인가, 수정과정인가, 아니면 짝짓기를 성공하는 데 까지 생존하기 위한 전략도 이야기하는 것인가. 





4. 모든 우연한 사건을 양자적인 접근으로 설명할 수 없다.

다리 달린 물고기가 여전히 물속에 살다가 '우연히' 펄떡거리며 땅 위에 올라가게 된 것은 양자세계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과학적 인과성을 끊임 없이 묻다보면 결국 양자적 영역으로 귀결됨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왜 우연히 펄떡거리며 땅위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뇌에 어떤 특이한 화학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왜 뇌에 특이한 화학반응이 일어났을까? 세포가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과정에서 특이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왜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을까? RNA단위체의 일반적이지 않은 전기적 쏠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왜 RNA 단위체는 전기적 쏠림이 일어났을까? 평소와 다른 분자단위의 전기적 쏠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왜 평소와 다른 분자단위의 전기적 쏠림이 일어났을까? 양자 단위에서 우연히 한 곳으로 전자가 쏠렸기 때문이다.

결국 양자단위로 귀결된다.




정리해보자

물고기는 불변적인 속성을 갖고 세대를 이어간다.

이와 동시에 물고기를 이루고 있는 양자들의 확률적으로 요란을 만들어낸다.

잠깐의 우연으로 살아남은 양서류의 조상들은 다시 불변적 속성을 갖고 세대를 이어간다.

정말정말 엄청난 시행횟수가 요구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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