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세일즈맨의 죽음
DIRECTOR · WRITER: 아서 밀러
BOOK / MOVIE / ETC: 희곡
SCORE ★★★★★ + ★★
REVIEW:
'지렸다.'
당장 부모님에게 달려가게 만든 희곡이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다름 아닌 우리들 부모님의 죽음.
어버이날을 맞은 모든 대학생들에게 꼭 쥐여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너무 좋았어서 형한테 사줬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자식에게 기대를 걸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런 기대를 깨고 싶어 하지 않는
아버지의 절망적인 노력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_ 민음사 강유나

영문학 전공을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서 밀러의 작품을 배우게 된 순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대체..누구..?
-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를 거치며 20세기 초반 미국의 극은 전 세계에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작품들을 몇 개 추려본다.
유진 오닐: [털복숭이 원숭이], [밤으로의 긴 여로], [얼음장수 오다]
테네시 윌리엄스: [유리 동물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아서 밀러: [모두가 내 아들들], [시련], [세일즈맨의 죽음]
이 작품들은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소재로써 대중들의 인기와 찬사를 쏟아지게 받았다.
보통 이런 평가 잘 안믿는데 이번을 계기로 믿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세일즈맨의 죽음은 가~~~~~장 사랑받는 희곡이다.
20세기 중반 자본주의 미국 사회를 다루는 내용인데
1983년 아서 밀러는 공산주의였던 베이징 인민 극장에서 이걸 오픈해버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당시 중국이 덩샤오핑의 주도로 경제가 개방되었다고해도
이 일화는 문화와 체제를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 공감대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
.
영화 <Death of a Salesman>
이제 작품 살펴보자!
줄거리와 감상을 위주로 하기보단
작품을 넓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적어보려한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경제 대공황이었던 1929년 미국이다.
경제 대공황은 단순한 경제공황이 아니라 농업, 금융, 통화공황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근본을 흔들어버린 장기공황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을 누렸던 미국은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라는 명칭을 얻게된다.
그렇지만 계층간 소득 불평등으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국민의 5%에 해당하는 상류 부유층이 전체 소득의 1/3을 차지하게된다.
그로인해 팔리지 않는 물건들이 쌓이고
소비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늘어난 과잉 생산과 그에 따른 수요부족으로 난리가 나게된다.
거기다 성장이 정체되며 사람들은 증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실제보다 가치가 훨씬 높아지며 주식 시장에 거품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주가가 상승했으니 더 많은 돈이 증권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거품이 빠지며 주가 폭락이 발생하고만다...
당연하게도 기업들은 엄청난 자산 손실을 입게되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수만개의 기업이 줄줄이 파산한다.
기업이 파산하니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실업자가 되었다.
갈 수록 태산인데 농민들은 그와중에 소득을 올려보기위해 생산을 늘렸다.
근데 농산물은 조금만 과잉 생산돼도 가격이 폭락하고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확!! 폭락하니까 농민들의 소득은 더더더 팍!! 떨어졌다.
그럼 정부가 이 때 도와주면 되지 않느냐!!
글쎄 ..정부가 남아도는 농산물을 실업자와 빈민을 위해 기부할 여력이 있었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거리에는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거지와 실업자들이 나앉게 되었다.
작품 속 윌리가 딱 그런 위치임을 독자들은 알아야한다.
이런 윌리의 삶을 다루는 희곡인데 내용상 가장 큰 논쟁거리로는 두 가지 이다.
1. 과연 이 희곡이 현대비극으로써 자리 잡을 수 있는가?
2. 누가 윌리 로먼을 죽였는가?
비극은 원래 왕, 귀족 등 상층에 있는 인물들이 몰락하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 몰락 속에서 해당 인물은 종적에 죽음에 이르더라도 올바른 자기인식을 하고 죽기 때문에 승리로써 내용은 마무리된다.
그러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는 몰락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자기인식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까지 안타깝게 죽어버린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비극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는가?
나의 대답은 '맞다' 이다.


비극의 근본적 특성은 청중, 독자들의 상상에 악셀을 끝까지 밟아버리는 것이다.
다시 풀어서 설명하면, 진행되는 상황에 브레이크가 없다. 등장하는 인물, 상황 전부 다 안좋은 결말이다.
윌리가 무너져가는 과정은 브레이크가 없다.
이제 그만 멈춰줬으면 좋겠는데 기안84의 복학왕 우기명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듯
'어떡해..'를 남발하게 만드는 안타깝고 답답한 주변상황과 개인의 선택은 무지막지하게 '비극'이다.
누가 윌리 로먼을 죽였는가?
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탓을 하기 전에 올바른 개인이 되라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한 인간으로써 극복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분명 있게 마련이다.
윌리는 대공황 이전의 옛가치관을 쭉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변하는 사회에 적합하게 행동하는 개인이 존재하지만
사회가 모두를 돌보아줄 수 없듯 개인도 모든 사회에 적합하게 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은 개인에게 큰 영향이 있고
그 안에서 무너져가는 개인은 어떤 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살고 싶어한다.
물건을 사고 돈을 갚으며 인생을 소비한다.
성공의 표시라는 것이 물질적으로 변한 것이다.
집을 사고 돈을 다 갚으면 죽을 때가 온다는 1막의 윌리의 말 처럼,
가전제품이 고장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내 것이 되어봤으면 좋겠다는,
유효기간을 달고 나오는 것 처럼 할부가 끝나면 물건도 생명이 끝나도록 되어있는 것 같다는 2막의 윌리의 말 처럼
그는 그대로 사회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사용되다가
시간이 지나 냉장고의 수명이 다 하듯 생명이 꺼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결국 자살을 택하는 윌리는 자기 인식을 제대로 하는 인물도 아니고
무책임하게 보이는 의지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것은 사회와 현실에 희생당하는 한 개인의 모습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한다.
윌리의 회상? 망상이라고 해야할까?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는 플래쉬 백 기법을 통해
서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처절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
.
.
아래는 작품의 세부 분석이다.
윌리 로먼이라는 세일즈맨은 첫 장면부터 지친모습으로 등장한다.
Willy: Figure it out. Work a lifetime to pay off a house.
You finally own it, and there's nobody to live in it.
생각해 봐. 집을 사려고 평생 일했어.
마침내 내 집이 생겼는데 그 속에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거야.
초반부터 나오는 산업사회의 폐해라고 해야할까?
어마어마한 집의 할부금을 갚고 나면 이제 죽을 때가 되는 것이다.
즉, 현실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온전한 사고를 갖게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Willy: Biff Loman is lost. In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 a young man with such
-personal attractiveness gets lost. And such a hard worker.
There's one thing about Biff - he's not lazy.
비프 로먼이 길을 잃고 방황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에서 그렇게, 그렇게 매력 있는 젊은이가
길을 잃고 헤맨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청년인데.
한 가지 분명한 건, 비프는 게으르지 않다는 거야.
비프 로먼은 윌리의 아들이다.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대학진학에 실패하고
정착 하기 위해 직업을 계속 바꾸고 끊임 없이 경쟁하며 전전긍긍하는 삶.
비프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된다.
작가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일로 끝내지 않고 사회의 문제로 비추고있는 것이다.
결국 사회의 파탄은 가정의 파탄을 초래하고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고 싶었던 아버지 윌리는 마지막에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Linda: ...(중략) Willy Loman never made a lot of money. His name was never in the paper.
He's not the finest character that ever lived. But he's a human being, and a terrible thing is
happening to him.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
Linda: ...(중략) It sounds so old-fashioned and silly, but I tell you he put his whole life into you
and you've turned your backs on him.
촌스럽고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너희 아버지는 일생을 너희에게 바쳤는데 너희는 등을 돌렸어.
린다는 윌리의 아내이다.
한 인간으로써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는 아내 뿐이다.
린다가 하는 대사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하기 충분했다.
부모의 사랑은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일생을 자식에게 바쳐도 괜찮다고 생각 할 만큼.
무조건적인 사랑은 때로 자식들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작품 후반에가면 비프는 자신을 너무 추켜세워주며 키웠다며 아버지를 원망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사랑에 저항하고 내가 원치않는 행동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단
어떻게 그것에 보답하고 감사해야 할 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만감이 교차하는 대사였다.
이후엔 Happy라는 비프의 동생이 나온다.
해피는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 남자로 정상적인 사회생활도하고 돈도 제대로 벌지만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
그는 2막에서 아버지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다고 불러놓고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자 아버지를 모른 척 하고 형을 꼬셔서 놀러간다.
심지어 저 사람 우리 아버지 아니에요 라는 대사까지 쳐버린다.
자식들과의 저녁을 정말 기대했던 윌리는 불쌍하게도 홀로 남아 혼잣말을 하다가 집에 간다.
30년간 일했지만 늙어서 회사에서도 잘리고
자식들과 관계도 안좋고
그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좋았던 그 시절을 회상하고 꿈꾸며
부엌에서 밤마다 혼잣말을 되뇌이는 윌리 로먼은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아들 비프는 아버지를 점점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모두 엉터리였음을 깨닫는 자기 인식에 도달한다.
결국 아버지를 위해 울기도하고 행동을 바꾸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윌리는 비프가 자신을 생각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뛸듯이 기뻐한다.
아들이 나를 사랑해..! 사랑하는구나...!! 라는 환희에 가득 찬 대사를 하며
아들을 위해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망 보험금을 쥐여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20000달러를 아들에게 주기 위해 보험처리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살하기 전에 집을 향해서 구슬프게 말한다.
모든 것이 좋았던 옛날 그 시절 아들에게 항상 말하던 것 처럼 혼잣말로.
얘야, 공을 찰 때는 말이지, 70미터쯤은 차야지. 공과 함께 경기장을 가로질러...
죽을 때조차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절망적인 노력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끝까지 아들에겐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이고 싶었던 것 일까? 윌리의 대사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고 가슴에 꽂혔다.
.
.
.
맨 마지막 레퀴엠 부분에선 윌리의 친구인 찰리의 대사가
희생당한 모든 개인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는 듯 하다.
Charley: Nobody dast blame this man. (중략) He's a man way out there in the blue, riding
on a smile and a shoeshine. And when they start not smiling back - that's an earthquake.
And then you get yourself a couple of spots on your hat, and you're finished.
Nobody dast blame this man. A salesman is got to dream, bot. It comes with the territory.
아무도 이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어. (중략) 세일즈맨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하늘에서 내려와 미소 짓는 사람이야. 사람들이 그 미소에 답하지 않으면, 그게 끝이지.
모자가 더러워지고, 그걸로 끝장이 나는 거야. 이 사람을 비난할 자는 아무도 없어.
세일즈맨은 꿈꾸는 사람이거든. 그게 필요조건이야.
소시민의 비극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렇다면 윌리의 아들 비프와 해피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비프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다.
Biff: Charley, the man didn't know who he was.
Biff: (Say to Happy) I know who I am, kid.
찰리 아저씨, 아버지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했어요.
(해피에게) 난 나를 알아.
해피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다.
Happy: I'm not licked that easily. I'm staying right in this city, and I'm gonna beat this racket!
Happy: I'm gonna show you and everybody else that Willy Loman did not die in vain.
He had a good dream. He fought it out here, and this is where I'm gonna win it for him
난 쉽게 포기하지 않아. 이 도시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난장판을 제압할거야!
형과 다른 사람들에게 윌리 로먼이 헛되이 죽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 주겠어.
아버지에게는 멋진 꿈이 있었어. 아버지는 여기서 싸웠고 내가 아버지 대신 여기서 쟁취할 거야.
이를 생각해보는 것은 작가가 독자와 관객을 위해 남겨둔 몫일 것이다.
TITLE: 세일즈맨의 죽음
DIRECTOR · WRITER: 아서 밀러
BOOK / MOVIE / ETC: 희곡
SCORE ★★★★★ + ★★
REVIEW:
'지렸다.'
당장 부모님에게 달려가게 만든 희곡이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다름 아닌 우리들 부모님의 죽음.
어버이날을 맞은 모든 대학생들에게 꼭 쥐여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너무 좋았어서 형한테 사줬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자식에게 기대를 걸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런 기대를 깨고 싶어 하지 않는
아버지의 절망적인 노력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_ 민음사 강유나
영문학 전공을 하며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서 밀러의 작품을 배우게 된 순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대체..누구..?
-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를 거치며 20세기 초반 미국의 극은 전 세계에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작품들을 몇 개 추려본다.
유진 오닐: [털복숭이 원숭이], [밤으로의 긴 여로], [얼음장수 오다]
테네시 윌리엄스: [유리 동물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아서 밀러: [모두가 내 아들들], [시련], [세일즈맨의 죽음]
이 작품들은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소재로써 대중들의 인기와 찬사를 쏟아지게 받았다.
보통 이런 평가 잘 안믿는데 이번을 계기로 믿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세일즈맨의 죽음은 가~~~~~장 사랑받는 희곡이다.
20세기 중반 자본주의 미국 사회를 다루는 내용인데
1983년 아서 밀러는 공산주의였던 베이징 인민 극장에서 이걸 오픈해버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당시 중국이 덩샤오핑의 주도로 경제가 개방되었다고해도
이 일화는 문화와 체제를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 공감대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
.
영화 <Death of a Salesman>
이제 작품 살펴보자!
줄거리와 감상을 위주로 하기보단
작품을 넓게 이해하는데 필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적어보려한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경제 대공황이었던 1929년 미국이다.
경제 대공황은 단순한 경제공황이 아니라 농업, 금융, 통화공황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근본을 흔들어버린 장기공황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을 누렸던 미국은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라는 명칭을 얻게된다.
그렇지만 계층간 소득 불평등으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국민의 5%에 해당하는 상류 부유층이 전체 소득의 1/3을 차지하게된다.
그로인해 팔리지 않는 물건들이 쌓이고
소비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늘어난 과잉 생산과 그에 따른 수요부족으로 난리가 나게된다.
거기다 성장이 정체되며 사람들은 증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실제보다 가치가 훨씬 높아지며 주식 시장에 거품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주가가 상승했으니 더 많은 돈이 증권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거품이 빠지며 주가 폭락이 발생하고만다...
당연하게도 기업들은 엄청난 자산 손실을 입게되고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수만개의 기업이 줄줄이 파산한다.
기업이 파산하니 그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줄줄이 실업자가 되었다.
갈 수록 태산인데 농민들은 그와중에 소득을 올려보기위해 생산을 늘렸다.
근데 농산물은 조금만 과잉 생산돼도 가격이 폭락하고 조금만 부족해도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확!! 폭락하니까 농민들의 소득은 더더더 팍!! 떨어졌다.
그럼 정부가 이 때 도와주면 되지 않느냐!!
글쎄 ..정부가 남아도는 농산물을 실업자와 빈민을 위해 기부할 여력이 있었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거리에는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거지와 실업자들이 나앉게 되었다.
작품 속 윌리가 딱 그런 위치임을 독자들은 알아야한다.
비극은 원래 왕, 귀족 등 상층에 있는 인물들이 몰락하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 몰락 속에서 해당 인물은 종적에 죽음에 이르더라도 올바른 자기인식을 하고 죽기 때문에 승리로써 내용은 마무리된다.
그러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윌리는 몰락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자기인식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까지 안타깝게 죽어버린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비극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는가?
나의 대답은 '맞다' 이다.
비극의 근본적 특성은 청중, 독자들의 상상에 악셀을 끝까지 밟아버리는 것이다.
다시 풀어서 설명하면, 진행되는 상황에 브레이크가 없다. 등장하는 인물, 상황 전부 다 안좋은 결말이다.
윌리가 무너져가는 과정은 브레이크가 없다.
이제 그만 멈춰줬으면 좋겠는데 기안84의 복학왕 우기명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듯
'어떡해..'를 남발하게 만드는 안타깝고 답답한 주변상황과 개인의 선택은 무지막지하게 '비극'이다.
누가 윌리 로먼을 죽였는가?
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탓을 하기 전에 올바른 개인이 되라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한 인간으로써 극복해내지 못하는 것들도 분명 있게 마련이다.
윌리는 대공황 이전의 옛가치관을 쭉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변하는 사회에 적합하게 행동하는 개인이 존재하지만
사회가 모두를 돌보아줄 수 없듯 개인도 모든 사회에 적합하게 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은 개인에게 큰 영향이 있고
그 안에서 무너져가는 개인은 어떤 면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살고 싶어한다.
물건을 사고 돈을 갚으며 인생을 소비한다.
성공의 표시라는 것이 물질적으로 변한 것이다.
집을 사고 돈을 다 갚으면 죽을 때가 온다는 1막의 윌리의 말 처럼,
가전제품이 고장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내 것이 되어봤으면 좋겠다는,
유효기간을 달고 나오는 것 처럼 할부가 끝나면 물건도 생명이 끝나도록 되어있는 것 같다는 2막의 윌리의 말 처럼
그는 그대로 사회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사용되다가
시간이 지나 냉장고의 수명이 다 하듯 생명이 꺼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결국 자살을 택하는 윌리는 자기 인식을 제대로 하는 인물도 아니고
무책임하게 보이는 의지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것은 사회와 현실에 희생당하는 한 개인의 모습에 더욱 가깝다고 생각한다.
윌리의 회상? 망상이라고 해야할까?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는 플래쉬 백 기법을 통해
서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처절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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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작품의 세부 분석이다.
윌리 로먼이라는 세일즈맨은 첫 장면부터 지친모습으로 등장한다.
초반부터 나오는 산업사회의 폐해라고 해야할까?
어마어마한 집의 할부금을 갚고 나면 이제 죽을 때가 되는 것이다.
즉, 현실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온전한 사고를 갖게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비프 로먼은 윌리의 아들이다.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대학진학에 실패하고
정착 하기 위해 직업을 계속 바꾸고 끊임 없이 경쟁하며 전전긍긍하는 삶.
비프는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사람이 된다.
작가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일로 끝내지 않고 사회의 문제로 비추고있는 것이다.
결국 사회의 파탄은 가정의 파탄을 초래하고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고 싶었던 아버지 윌리는 마지막에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린다는 윌리의 아내이다.
한 인간으로써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는 아내 뿐이다.
린다가 하는 대사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하기 충분했다.
부모의 사랑은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일생을 자식에게 바쳐도 괜찮다고 생각 할 만큼.
무조건적인 사랑은 때로 자식들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작품 후반에가면 비프는 자신을 너무 추켜세워주며 키웠다며 아버지를 원망한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사랑에 저항하고 내가 원치않는 행동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단
어떻게 그것에 보답하고 감사해야 할 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만감이 교차하는 대사였다.
이후엔 Happy라는 비프의 동생이 나온다.
해피는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 남자로 정상적인 사회생활도하고 돈도 제대로 벌지만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
그는 2막에서 아버지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다고 불러놓고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자 아버지를 모른 척 하고 형을 꼬셔서 놀러간다.
심지어 저 사람 우리 아버지 아니에요 라는 대사까지 쳐버린다.
자식들과의 저녁을 정말 기대했던 윌리는 불쌍하게도 홀로 남아 혼잣말을 하다가 집에 간다.
30년간 일했지만 늙어서 회사에서도 잘리고
자식들과 관계도 안좋고
그저 아이들이 어렸을 때 좋았던 그 시절을 회상하고 꿈꾸며
부엌에서 밤마다 혼잣말을 되뇌이는 윌리 로먼은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아들 비프는 아버지를 점점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삶이 모두 엉터리였음을 깨닫는 자기 인식에 도달한다.
결국 아버지를 위해 울기도하고 행동을 바꾸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윌리는 비프가 자신을 생각하며 우는 모습을 보고 뛸듯이 기뻐한다.
아들이 나를 사랑해..! 사랑하는구나...!! 라는 환희에 가득 찬 대사를 하며
아들을 위해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망 보험금을 쥐여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20000달러를 아들에게 주기 위해 보험처리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살하기 전에 집을 향해서 구슬프게 말한다.
모든 것이 좋았던 옛날 그 시절 아들에게 항상 말하던 것 처럼 혼잣말로.
죽을 때조차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절망적인 노력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끝까지 아들에겐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이고 싶었던 것 일까? 윌리의 대사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고 가슴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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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마지막 레퀴엠 부분에선 윌리의 친구인 찰리의 대사가
희생당한 모든 개인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는 듯 하다.
소시민의 비극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렇다면 윌리의 아들 비프와 해피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비프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다.
해피의 마지막 대사는 다음과 같다.
이를 생각해보는 것은 작가가 독자와 관객을 위해 남겨둔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