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생산성이 오른 만큼 임금이 올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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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노동자 교양경제학

WRITER:채만수

BOOK 

SCORE ★★★★

REVIEW:이 책은 채만수 씨가 쓴 책으로 2013년에 나온 제6판이다. 채만수 씨는 49년 2월생으로 법학과 출신이지만 오랫동안 경제학을 연구해왔다.

노동자사회과학연구소란 곳의 소장(대행)으로, 회원은 100~ 200명 정도 규모라고 한다.

나도 회원은 아니지만 세미나에는 자주 참여했었다. 논평을 쓴 게 노사과연의 기관지에 실렸는데 생각이 나서 첨부한다.

http://lodong.org/wp/?p=9061 

노사과연은 한국에 몇 없는 강성 스탈린주의 단체다.

그래서 나랑은 대립하는 부분도 많지만(이 책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칭찬할 점이 굉장히 많다.경제학에 관해 굉장히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고 있으며, 세간에 잘못 알려진 상식들도 바로 잡는다.  정말 알기 쉬운 설명과 구어체는 덤이다. 책의 분량은 700쪽이 넘어 굉장히 길지만 술술 읽히는 책이다.


그 중에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해 한 가지만 집중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생산성이 오르면 임금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소위 자칭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 또한 많은 경우 마찬가지다. 그러나 채만수는, 임금은 생산성이 오르는 만큼 올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책 제목에서부터 '노동자'를 강조하며 진보적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사실은 배신적인 인물인 걸까?


(확인할 수 있듯이 교수들은 물론 '민주노총'까지도 그렇다. 최근까지도 민주노총은 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  http://nodong.org/statement/7461999 



그렇다면 생산성 임금제란 정확히 무엇인가?


채만수가 왜 생산성 임금제가 기만적이라고 주장하는지까지도 슬슬 나오고 있다.



예시가 되는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생산성이 오르는 만큼 임금이 오르면 노동자들은 몇 년만 지나도 금방 '떼부자'가 된다. 생산성이란 것 자체가 예컨대 소비재를 싸게 만드는 것인데, 거기에 더해 임금까지 올라버리니 말이다. 채만수는 이를 '자본가들한테 감사해야 한다'면서 조롱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가계 부채는 1300조라는데? -> https://www.sedaily.com/NewsView/1OC6JHYNX8 



분명 뭔가 이상하다. 채만수에 의하면 원인은 바로 '인플레이션'에 있었다.



덤으로 채만수는 생산성 증대율 통계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채만수는 모델 A와 모델 B는 다르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엄밀하게'라는 수식어가 알려주고 있듯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실증적으로' 산업 전반의 생산성 증대율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고, 따라서 그러한 수치를 들이밀며 '객관적'이니 하는 것은 실증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 내용은 채만수가 책의 초반에서부터 쌓아온 경제학의 논리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의 앞부분을 읽고서 다시 본다면 더 이해가 잘 될 테지만 워낙 쉽게 쓴 글이라 이것만 보고도 요지를 파악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핵심 : 생산성이 오르면 생활수단은 싸진다(여기에는 분명 메커니즘이 있지만 복잡한 논리를 다 이해할 필욘 없다. 대량생산하면 값이 싸진다[쉽게 말하면 상품 단가가 내려가니까]는 것만 기억해도 일단은 충분하다). 그런데도 생산성이 오른 만큼 임금을 올리면 노동자는 돈을 더 받는 것이고, 그것이 매년 쌓이면 노동자는 금방 떼부자가 된다.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즉 임금은 생산성이 오른 만큼 오르는 게 아닌 것이다. 생산성 임금제란 것은 사기다.



더불어서 생산성이 오르면 '사장님들'은 '당연히'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노동자를 추가 고용(->노동자가 한정된 자원인 이상  임금이 오른다고 주장. 여기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항상 실업률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사실은 잠시 묻어 주자)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당연히 말이 안 된다. 어떤 상품의 생산성이 오른다(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이 생산하게 된다)고 해서 반드시 수요가 증대하는 것은 아니다(물론 값이 싸지니까 그게 유인책이 되는 상황도 있을 수야 있겠지만).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과잉생산 때문에 안 팔리는 상품, 재고가 쌓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장님들'은 과연 좋은 기계를 들이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까? 뭔가 이상하다. 4차 산업혁명 때문에 기계가 일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거나,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 물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잘못된 운동이었다) 같은 역사적인 얘긴 다 어떻게 된 걸까?  작년에는 노동자 1명이 1개를 만들 수 있었는데, 올해는 1명이 10개를 만들 수 있다면, 과연 사장님들은 상품을 더 만들기 위해 노동자를 추가 고용할까, 아니면 있는 노동자도 줄일까? 어느 쪽이 옳은지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소득주도성장과 그와 연계되는 기본소득이 허황된 주장이라는 건 당연하지만, 누군가 말한 것처럼 상위 1%의 소득집중도가 1960년대 이후 제자리 걸음이니 불평등이 환상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로(혹은 더욱) 허황된 것이다.  1%의 소득집중도가 제자리 걸음이어도 불평등한 건 불평등한 것이다. 불평등이 심화되진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정말 그럴까? 200만 원 버는 사람과 100만 원 버는 사람은 해가 갈수록 자산의 격차가 늘어날 것이다.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불평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코노미스트 같은 유명한 잡지가 뭐라고 떠들든 그렇다. 한국만 해도 6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재벌들의 자산은 평범한 시민들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환상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환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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