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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동물농장

DIRECTOR · WRITER: 조지 오웰

BOOK / MOVIE / ETC: 소설 

SCORE ★★★★

REVIEW: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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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쫓아내고 짐승다운 사회를 만들자! 아니 짐승을 쫓아내고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자! 

둘 중 어떤 문장이 맞는 문장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정치 풍자 소설<동물농장>.

재미는 있으나 번역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고전이라는 소설의 문체 자체가 그런건지 읽기가 좀 어렵다. 

현대 소설이랑 비교하면 더욱 더 그런면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고전 특성상 묵직한 하나의 스토리에 시대를 초월하는 통찰들이 들어가 있다보니

문장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부여된 의미가 많다.


고전을 지속적으로, 많이 접했음에도 웬만하면 섣불리 집기 꺼려지는 이유가 바로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고전은 작가의 의도대로 읽고 해석하는게 제일 첫 번째 순서라고 생각한다.

학내 교수님들에게 여러번 질문했으나 고전도 예외없이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고 답변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작가의 의도대로 꼭 읽어야 된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기도 했다.

의도를 빗나간 해석은 작가에 대한 폭력일 수 있다는 이유 떄문이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꼭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은 분명하나

소위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꼼꼼하게, 세심하게 파고들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비록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 명작 소설 한 권 읽고 통찰할 수 있는 바가

일반 소설 몇 권 읽은 것과 똑같다.

오랜만에 고전을 읽어서 서두가 길어졌다. 책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작가는 왜 이 책을 집필했는가?

조지 오웰은 영국 독립노동당의 당원으로 좌파이념을 가졌지만 스탈린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었다.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던 그는 그 후로 소련의 공산주의에 의심을 품었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에 동물농장을 집필하고 우크라이너어판 동물농장의 서문에서 

'지난 10년간 나는 사회주의 운동의 재건을 위해서는 소비에트 신화를 파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라고 밝힌다.

그의 의도가 두드러지게 드러나있는 것이다.

당시엔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갈등을 중심으로 쓴 소설이었지만

조지 오웰의 동물 이야기는 가만히 보면 어느 시대에나 적용해 볼 수 있다.

언뜻보면 괴벨스가 생각나기도하고 언뜻 보면 현재 뉴스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정치인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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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과 트로츠키의 갈등은 어떤 내용인가?


트로츠키

스탈린


두 인물은 모두 볼셰비키에서 영향력을 발하던 인물이었다.


*볼셰비키: 다수자 라는 뜻.

레닌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볼셰비키(다수)라고 불렀고 반대파를 멘셰비키(소수)라고 불렀다.


스탈린은 은행을 터는 강도역할을 맡았었다.

그 공로로 그는 1907년 런던 대회에 초청되는데 그곳에서 엄청난 웅변가인 트로츠키를 만난다.

그 후로 스탈린과 트로츠키는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내전을 치르고


레닌의 도움으로 스탈린은 공산당 서기장에 임명되어 권력을 잡게된다.

1924년 레닌이 사망한 뒤 트로츠키와 스탈린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치루었다.

트로츠키는 공산주의를 세계로 퍼뜨리자는 확장론자였고

스탈린은 소련 내부에 집중하자는 주의였다.

사회주의냐 영구혁명론이냐를 두고 격렬하게 논쟁했지만 양쪽 모두 국가자본주의 노선에 가까웠다.


권력을 잡게 된 스탈린은 트로츠키를 레닌주의에 적대적인 사상이라고 비판했고

트로츠키가 스탈린에게 제압당해 당에서 제명되고 만다.

그 이후론 망명했다가 멕시코에서 스탈린이 보낸 암살자에게 죽게된다.

당시 소련 내에서는 대숙청이 있었고 이후로는 러시아에서 트로츠키주의자 라는 말이

엄청 심한 욕으로 쓰이게 된다.


이 이야기는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돼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갈등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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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책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출판을 되게 장려했는데

이게 역발상으로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을 공격하는 내용이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몰랐다.

공산주의만 비판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동물농장은 전체주의 비판서인데 전체주의 안에는 공산당이나 우익 정권이나 다 포함된다.

아무튼 한국에 잘 정착해서 여전히 많이 읽히고 다방면으로 인용도 많이 되어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이제 진짜 책 내용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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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은 배고픔을 겨우 면하는 신세이다. 

불만이 많았던 그들은 자유와 평등을 위한 혁명을 일으키기로 결정한다. 

당나귀, 개, 돼지, 그리고 기타 동물들은 농장주를 몰아내려 반란을 일으키고 얼떨결에 성공해버린다. 

그러나 교활한 돼지로 인해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로 시작된 혁명이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로 바뀌며 

누가 인간이고 누가 짐승인지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 무시무시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동물들을 등장시켰다.

스노볼: 트로츠키

나폴레옹: 스탈린

고양이: 할 일이 생기면 사라지는 사람

당나귀: 현실의 오류를 알고 있음에도 모른척 하는 사람

까마귀: 혼란스러운 세상을 틈타 등장하는 종교인. 

슈가캔디 마운틴 이라는 천국 이야기를 하면서 돌아다닌다.


스퀼러: 권력자들 옆에서 아첨하고 앞장서서 인민을 괴롭히는 사람

복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희생당하는 사람

etc..


불쌍한 동물들이 펼쳐나가는 이 풍자는 극으로 따지면 비극이었다. 

자유와 평등은 도살과 숙청으로 변질되고 그 사회 속 소시민은 힘없이 무너져갔다.

‘스노볼’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대중에게 심어주고 

배움이라는 것을 악용해 군림하려 하는 나폴레옹은 과거 특정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동물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고양이, 

눈 앞에 직면한 상황속에서 방관하는 당나귀였다. 


두 동물들은 사회가 어찌되었든 자신만 챙기는 행동을 보여준다. 

결국 다른 동물들이 고양이의 일까지 거들어야 했고 당나귀의 방관 때문에 복서는 도살장에 끌려간다. 

특히 ‘당나귀는 오래 산다네, 죽은 당나귀 본 적 있어?’ 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며 

사회에 묻혀가려는 모습은 현실의 오류를 인지하면서도 

애써 그것을 미화하려는 비겁한 사람들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조지 오웰은 지금 살아가는 사회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 수 있는지를 핵심 고민거리로 남겨놓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슈가캔디’를 꿈꾸는 동물이나 방관하는 당나귀가 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거대한 풍차'를 만들자고 민중에게 하나의 목표를 부여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물자는 얼마든지 지원해주었고 

풍차를 만들기 위해 동물들은 갖은 고생을 다 한다. 

심지어 만들다가 죽는 동물도 있다. 

그런 와중에 목표를 선포한 돼지들은 더욱 더 살찌고 추앙받는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이상한데

그 안의 동물들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희생당한다.


올바른 유추이고 비교인지 모르겠지만 문득 80년대에 유행이었던 물리학 붐이 갑자기 생각났다.

국가적으로 물리학을 장려해 지원을 많이 해줬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물리학도들이 숭숭 생겨났는데

국내에서 더 이상 물리학이 비전이 없어보이자 국가는 손을 놓아버리고 만다. 

그럼 국가적 비전, 목표를 따라왔던 그분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실업자가 되어서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게 되었다.

나의 친척중에도 한 분 계셔서 사정은 잘 안다. 급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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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있는 이 동물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 마다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 같다.

책을 덮고 난 뒤엔 주변을 돌아보며 누가 어떤 동물에 적합한 '인재'인가를 생각해 보기도했다.

그 사람들과 겹쳐지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일 때면 이를 어찌해야하나 혼자 고민하기도 했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다. 

동물농장을 읽으며 1920년대를 살아보았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경계해야하는 것이 독자들의 역할인 것 같다. 

특히 당나귀, 고양이는 절대로 되지 말아야 한다. 돼지는 물론이거니와...


지금 나는 어떤 동물에 속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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