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문학을 알려드립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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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문학, 어떻게 읽을까

DIRECTOR · WRITER: 가와모토 고지, 고바야시 야스오

BOOK / MOVIE / ETC: 인문학 도서

SCORE ★★★★★

REVIEW:


Project 451 문학 연구회에서 공부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이 리뷰는 1부 텍스트의 독해 2장 '수수께끼 풀이에서 발견으로' 까지의 내용.



문학 연구가 뭔지 왜 하는지 되짚어보자.


A: 선생님, 문학 연구란 무엇입니까? 학문입니까?


B: 가장 간단한 대답은 이렇지. 현재 많은 대학에서 문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지.

전문 교사가 있고, 학생이 있어. 따라서 사회가 그 의의와 필요성을 인정한 당당한 학문이네.


A: 문학의 특성상 '답'에 대해 결정적인 증명을 할 수 없을 때, 

풋내기 '학자'로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걸까요?

어떤 설이든 이른바 '과학적'인 증명이라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B: 불가능하지. 

... 연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문구가 가진 의미의 애매성,

즉 다의성을 존중해서, 가능한 해석들을 열거하는 것뿐일고 생각하네. 

단, 논리적으로 가능한 해석뿐 아니라, 

타당한 해석과 그렇지 않은 해석은 구별해야 하네.


모든 문학작품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네.

그 점에 문학의 가치가 있지. 

하지만 그중 어느 것이 타당한 해석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지.

학문적 연구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으니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엄밀하고 공정하게 논증을 해 나가야 하겠지.

그저 유치한 감상문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네.


다만 그때 사용하는 방법이 여러 가능한 방법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

다른 접근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네.

- 문학, 어떻게 읽을까 서문 


날조된 텍스트


지난 문학 연구회에서 텍스트 비평을 위해선

초판, 칼럼, 개정판 등 여러가지 판본 중 비평에 적합한 텍스트를 골라야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문학, 어떻게 읽을까>에 나왔다.

.


텍스트는 유동적이라는 말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시간이 지나면서 텍스트 내용이 바뀐다는 말이다.

<햄릿>을 예로 들어보자.


1.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3막 1장의 햄릿 독백 대사인데 1603년 초판에서는 2막2장에서 나오며

이야기의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2.

O that this too too solid flesh would melt,

Thaw and resolve itself into a dew, ...

1막2장의 햄릿 독백 대사인데 대부분 이 장면 밑에는

solid ] F ; sallied Q2 Q1 ; sullied WILSON 이라고 적혀있다.


이건 본문 비평 장치(critical apparatus)라고 부르며, 텍스트 비평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무슨 뜻이냐면 Q1 (1쿼토, 초판본)과 Q2 ( 2쿼토, 1604년 판) 에서는 sallied라고 되어 있고,

John Dover Wilson이 편찬한 케임브리지 판 (1934)에서는 sullied라고 되어 있다라는 뜻이다.

*쿼토: 1604년의 텍스트로 종이를 넷으로 접어서 인쇄 제본한 것


solid flesh (단단한 육체)라고 되어 있는 것은 폴리오 텍스트로

sallied flesh 라고 되어 있는 것은 쿼토 텍스트로 

쿼토에서는 sullied flesh (더러운 육체)라고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폴리오: 1623년의 셰익스피어 전집


어머니의 더러움을 (sullied flesh)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햄릿인가,

신체를 데카르트적 자아로 연결시켜 확고하고 단단한 존재 (solid flesh)로 생각하는

철학적 사고에 빠진 햄릿인가 하는 문제는 햄릿의 인물상뿐 아니라

작품 전체의 해석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가 된다.


독자의 몫


위와 같이 작품 내의 텍스트는 변하며 이걸 유동적이라 한다.


폴리오 텍스트를 수용하느냐 쿼토 텍스트를 수용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며

텍스트를 옮기는 편집자가 독자적으로 작품을 해석하며 의미가 통하지 않는 단어는 빼고

새로운 말을 집어넣기도 한다. 예시로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시도들이나 개정판 등이 있다.



결국, 우리가 읽는 텍스트는 이미 편집자의 해석이 담겨 있는 것이고

원작자가 쓴 글과는 꽤나 다른 글을 읽고 있는 셈이다. 

허구한 날 위인들이 '원전' 읽기를 강조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텍스트의 유동성은 어느 시대에나 똑같이 일어난다.

마리앤 무어라는 작가의 <시, Poetry>라는 작품은 1935년과 1951년에 30행의 시로 발표했지만

1967년에는 최초 3행만 결정판으로서 발표되었다.


질문

Q. 

새뮤얼 리처드슨의 소설 <파멜라, Pamela>의 경우,

초판본은 1740년에 출판되었지만, 그 후 작가의 수정을 거쳐, 

작가가 사망하고 40년이 지난 1801년에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당신이라면 어느 판을 선택할 것인가?

작가의 퇴고를 거친 1801년 판인가? 

작가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1740년 판인가?


재미있는 사실


17세기 ~ 19세기 유럽 문학계에선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유럽 문학이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왕 = 다리우스에게 승리한 자, 바다 = 넵투누스의 제국

이렇게 바꿔 부르지 않으면 안되는 암묵적 약속이 있었다.


이런식의 표현은 단순한 장식의 의미를 넘어 어떤 의미가 있다.

보들레르의 시를 보자.


파란 머리카락이여, 어둠을 뒤덮은 천막이여,

그대들은 내 드넓고 둥근 하늘의 푸른빛을 되돌려 주는구나.


...시의 전문을 조목조목 음미하다보면

머리카락 = 양털 = 물결 = 서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잠든 숲 = 검은 대양 = 텐트 = 푸른 하늘

이미지가 겹치면서 수수께끼같은 이상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런 시에서는 명확한 관념에 도달하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오히려 불합리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는게 위와 같은 표현의 역할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품도록 만드는 것.


정리


기초적인 개념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이 책을 소화할 수 없다고 느꼈다.

가령 텍스트는 유동적이라는 말이라던지, 수사학이라던지 하는 개념들.

문학이 뭔데? 라는 질문에 나름의 대답이 가능한 상태로 읽어야 하는 책.


읽으면 읽을 수록, 공부하면 공부할 수록 영문학을 배운게 큰 힘이 되는걸 느낀다.

책은 도쿄대학교에서 진행했던 문학 연구를 다루는데 

문학 연구의 기초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분석한다.


각 챕터 마지막에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학교 전공에서 다루는 데리다, 라캉 등의 언어철학과 문학 연구가 등장한다.



영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계보를 거꾸로 뒤집어보면

근현대영문학 - 셰익스피어 - 기독교 문학 - 성경 - 그리스 문학 이런식인데

이건 서양철학이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며 역사의 흐름이기도 하다.


영문학을 제대로 파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걸 느낀다.

다른 프문과나 러문과 독문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취업 안되는 어문과가 아니라

진짜 문학 하나로 세상 전반을 통찰해 볼 수 있는 쩌는 학과인데

왜 이런걸 제대로 안알려주는걸까?

.

.

글을 다 쓰고 다시 고민해봤는데 

좋게 생각해보면 깨달음의 기쁨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다.

나는 영문학과의 의미를 깨닫게 되어서 기쁜데

같이 기뻐할 사람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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