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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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인생 活着 (살아간다는 것)

DIRECTOR · WRITER: 위화

BOOK / MOVIE / ETC: BOOK

SCORE ★★★★★

REVIEW:


위화 작가 하면 '허삼관 매혈기'를 더 많이 떠올리죠? 하지만 저는 위화의  '인생'을 좀 더 좋아합니다.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푸구이는 도박에 빠져 전재산을 탕진하고, 소작농이 됩니다.

푸구이의 아버지는 이에 대한 충격으로 사망하고, 푸구이는 어머니, 둘째를 임신한 아내 자전, 첫째딸 펑샤와 함께 이전과 달라진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어느날은 고된 하루를 보내다 어머니가 쓰려져, 푸구이는 성안으로 의원을 모시러 갑니다.

그런데 운나쁘게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게 되고, 국공내전에 참전해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내전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온 푸구이는 가족들과 재회합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상태였고, 딸 펑샤는 열병을 앓아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아버지를 처음 본 아들 유칭은 푸구이를 낯설어합니다.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은 토지개혁을 실시합니다.

이때 푸구이가 도박으로 잃었던 전재산을 차지한 룽얼이 사형에 처해집니다.

푸구이는 자신이 과거 도박에서 전재산을 잃지 않았다면, 사형대에 있는 건 자신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마을에 들어온 새로운 체제에 적응해가는 동안, 아내 자전이 병에 걸립니다.

자전의 병은 점점 악화되고, 아들 유칭은 교장 선생님을 위해 헌혈하다가 피가 모두 뽑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딸 펑샤는 고개가 삐딱한 남편 얼시를 만나 잠깐 행복하게 살았지만, 출산 중에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납니다.

오랫동안 병을 앓던 자전도 이어서 세상을 뜨고, 사위 얼시고 일하는 도중 사고를 당해 역시 세상을 떠납니다.

이제 펑샤가 죽기 직전에 낳은 아들인 쿠건만이 푸구이의 곁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푸구이의 손자 쿠건은 굶주렸던 나머지, 콩을 급하게 먹다가 기도가 막혀 세상을 떠납니다.

혼자가 된 푸구이는 자신과 닮은 늙은 소를 도살장에서 만납니다.

푸구이는 이 소에게 '푸구이'라 이름을 붙이고 농사를 지으며 남은 하루들을 살아갑니다.



푸구이는 주변 인물들을 모두 떠나보냈지만, 좌절하여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늙은 소 푸구이와 함께 나름대로 즐겁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내가 푸구이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저는 확답을 하지 못하겠네요.


모든 불행이 이렇게 한 사람에게 몰리는 것은, 푸구이의 삶이 소설 속의 삶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따금 소설보다 더 잔인할 수도 있습니다.

글로 풀어쓴 누군가의 슬픔과 불행이 푸구이의 불행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더라도,

그 누군가가 현실에서 느끼는 슬픔과 고통에 경중을 매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위화 '인생'의 원제는 '살아간다는 것' 입니다.

위화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의 힘은,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


위화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푸구이의 삶을 책 속에 그려냈습니다.

푸구이의 삶은 불행으로만 가득한 것 같지만, 좀 더 가까이서 보면 행복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푸구이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떠오른 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어떤 무거운 짐이라도 밤까지는 운반할 수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하루동안이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누구든지 다 즐겁게, 끈기있게 그리고 청결하게 생활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인생이 의미하는 모든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전부다.


카네기 행복록 33p.


바로 카네기 행복론인데요.

워낙 유명한 책이라 읽어보신 분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저는 If의 경우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타고난 성품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닥친 환경들이 푸구이를 강하게 만든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푸구이는 삶을 저버리지 않고 지속해나갑니다.


그런데 만약 푸구이가 인생의 불행들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저버렸다면?

그런 If 푸구이의 모습들이 책 '카네기 행복론'에 상당히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것과 관련해 글을 더 이어가고 싶은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예 행복론만 따로 파서 쓰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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