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글쓰기에 정답이 어디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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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DIRECTOR · WRITER: 김정선

BOOK / MOVIE / ETC: 글쓰기 팁과 에세이가 섞인 자기계발서(?)

SCORE ★★★★★★★★★★

REVIEW:


지난 6년을 돌아보니 배운 게 책 읽기와 글쓰기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읽기 위해서 노력했다.

읽기만 했더니 기억에 남지를 않아서 쓰기도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쓰려고 책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샀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책으로 내용이 참 알차다. 

별을 10개나 주었다.

글을 쓸 때 국문법이 얼마나 잘못 쓰이고 있는지 

어떤 문장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서문에서는 글쓰기에 정답이 어디 있냐는 말을 먼저 건넨다.

더 읽기 편한 글을 위해 교정이 필요함!




파악이 어려운 글

1.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쓰는 것들이 있기 때문

2. 자신의 문장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 때문

3. 어법과 문법의 차이를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

4. 문장의 주인은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을 잊기 때문


회화는 잘 하는데 작문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3번 어법과 문법의 차이를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필요한 문법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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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엔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접미사 -적, -의, -것, -들>

'-적'

사회적 현상 / 경제적 문제 / 정치적 세력  / 혁명적 사상 등

'적'은 굳이 안 써도 되는데 습관처럼 쓰는 접미사로 그냥 빼버리는 편이 읽기 쉽다.

사회 현상 / 경제 문제 / 정치 세력 / 혁명 사상 등


'-들'

사과나무들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들'이 반복되는 경우는 번역 문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확하게 번역하기 위함이지만 한글 문장은 이렇게 적으면 난해해진다.

번역서와 관련해 문제점을 책에서 여러 번 언급하는데

그 내용을 조합해보니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우리가 한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번역서를 너무 많이 접하기 때문인 것 같다.


국문과나 문창과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국문법을 접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읽기도 영어를 더 많이 읽어내고 글도 번역 글을 읽어내다 보니 자연스레 글이 그렇게 나온다.


The man who told me about the murder case 

that had happened the other day was found being dead this morning.

일전에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해 내게 이야기해 준 그 남자가 오늘 아침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영어는 관계사 that을 중심으로 되감기 되며 의미가 확장되는 반면  한글은 한 번에 쭉 펼쳐지는 구조다.


한글 문장은 순서대로 펼쳐 내면서, 

앞에 적은 것들이 과거사가 되어 이미 잊히더라도

문장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외국어와 번역체에 길들여져 펼쳐지는 글을 잘 소화하지 못한다.


<예문>



1. 계속 걸어간 나는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x)

2. 나는 계속 걸어서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o)


1번은 계속 걸어가는 거리와 목표 지점에 도착한 거리 두 가지가 떠오른다.

2번은 계속 걸어서 목표 지점에 도착한 거리만 떠오른다.


1. 그는 좁은 침대 밑에서 여자가 문간에서 방문자들과 말하는 것과 그 사내들의 목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x)

2. 그는 좁은 침대 밑에서 여자가 문간에서 방문자들과 말하는 소리와 그 사내들의 목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o)


1번은 침대 밑에서 두 개의 소리를 듣고 있다. 

문맥상 사내들의 목소리가 다가와야 하는데 

문장이 얽혀있어 공간, 시간상으로 이해가 어렵다.


2번은 침대 밑에서 여자의 소리를 듣고 있고 

이윽고 사내들의 소리가 점점 다가옴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리해보니 글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상상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청각, 시각, 공간적인 것을 고려해 문장을 풀어내야 하는구나. 잘 쓰인 글이 참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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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 외에도 국문법에 대한 팁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의존 명사 '-것' / '있다'의 두 가지 모습 / 조사가 지시하는 방향 / 조사를 겹쳐 쓰는 오류 등..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적어보면


<조사>

'-에'와 '-에게'의 차이

'-에'는 무생물에, '-에게'는 생물에 붙인다.


'-로'는 체언(문장의 중심)이 움직여 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반면

'-부터'는 출발점을 뜻한다.

따라서 '-로부터'는 방향이 서로 어긋난 상태이다.

그런데 표준국어 대사전에는 '-로부터'가 출발점을 나타내는 조사로 당당히 올라 있다.

'-로부터'보다 '-에서'가 뜻을 분명하게 전달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문장들>

ex) '미래에 대한 불안'

1) 미래가 불확실해서 불안한가?

2) 미래가 없을 것 같아 불안한가?

3) 미래에 맞서기가 불안한가?


<한자어 명사>

한자어 명사엔 '-시키다'를 붙일 필요가 없다.

ex) 교육시키다 / 야기시키다 / 연결시키다 / 주입시키다 / 석방시키다 / 소개시키다 등

한자어 명사는 그 자체로 뜻을 가진 동사이다. 

따라서 -시키다를 붙이면 두 번 움직이는 의미이다.


<지시 대명사>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지시 대명사를 붙이는 순간 문장은 방향성을 갖는다. 

그래서 섞여 쓰이면 방향이 엉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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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편집자의 영업 비밀을 알려준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다 쓰여있다.

고기 잡는 법을 배웠으니 이제 스스로 잡아봐야겠다.

지금까지 써온 리뷰 글을 시간 날 때 다듬어 보려고 한다.

이 책 진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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