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나는 그랑이 좋더라.

조회수 598

TITLE: 페스트

DIRECTOR · WRITER: 알베르 카뮈

BOOK / MOVIE / ETC: BOOK

SCORE ★★★★ ; 고등학교 때 읽고 다시 읽으면서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좋았지만 아직 별 다섯개는 나만 간직하고 싶어서 최고점 4점 주었습니다.

REVIEW: 

제목처럼 나는 「페스트」에서 그랑이 가장 좋았다. 그랑이 페스트에 전염되서 사경을 헤매는 장면을 지하철에서 읽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콧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그랑에 대한 애정이 창피함도 이기는 순간이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그랑을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된 것은 책 180 페이지의 구절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리유나 타루 이상으로 그랑이야말로 보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 조용한 미덕의 실질적 대표자였다고 서술자는 평가한다. 그는 자기가 지닌 선의로, 주저함 없이 자기가 맡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는 다만, 자질구레한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사람들을 구한 후에 주인공이 칭송을 독점하는 클리셰 속에서 그랑의 태도 혹은 마인드는 신선하고 충격적이게 다가왔다. 다만 자질구레한 일을 원했던 그랑은 혼란스러운 상황이건 그렇지 않건 항상 하급 서기관으로서의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왔다고 확신한다. 그런 태도가 나에게는 나름(?) 충격적이었는데, 사실 나는 자질구레한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보기보다 욕심이 많은 편이다. 「버마시절」에 나오는 부패한 버마인 관리(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처럼 욕심만 많은 건 아니지만 나도 그 사람처럼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래서 만약 내가 자질구레한 일들만 하게 된다면 속상한 감정이 우선적으로 들 것 같았다. 흑흑. 그랑에게 애정을 가지면서 그랑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는 그랑의 입장을 다시 내가 생각하게 되더라. 생각해보면 그랑이라는 인물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사고, 구의역 스크린 사고 등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사고 속에서도 힘이 있고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하려는 데 쓰려고만 하고(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닐수도 있죠...ㅎ) 그 사람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고 사건을 수습하고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랑과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들-그 일이 어떻든지 간에-에 묵묵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래도 대한민국이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정치적으로 힘 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자질구레’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세상이 꼭 위대한 사람들의 엄청난 결정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거! 그건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과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알베르 카뮈가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고 힘든 상황이 보통의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서 나아질 수 있음을 그랑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은 부를 축적한다든가 출세의 발판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보건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아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페스트가 물러간 뒤에 정부에 그 공을 생색내어 훈장하나쯤은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중요한 직책’에 있어야 생색내기도 쉽지 않을까? 나였으면 일단 그렇게 배팅했을 수도.......... 하지만 나의 그랑은 그렇지 않았지. 반대의 성격인 사람에게 끌린다더니.... 나도 그래서 그랑에게 끌린 것이었나? 욕심 많은 나는... 그랑을 알게된 뒤로.. 약간의 심정의 변화가 생기긴 했다. 쓸데없는 욕심이 들때면 나의 그랑을 생각해야지~ 그랑 포레버!

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