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랑, 성장, 이념. 뻔한 것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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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파친코 

DIRECTOR · WRITER:   이민진

BOOK / MOVIE / ETC: BBOOKK

SCORE ★★★★★

REVIEW: 


읽다가 몇 번이나 감정이 북받쳐 올랐고 

주인공이나 다른 인물들이 성장하는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짓곤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바리데기만큼 (혹은 좀 더) 재밌게 읽었다.

책을 추천해주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스포주의*****



 십대 소녀가 외간 남자와 정을 나눠 임신한 뒤, 결혼을 기대했으나 외간 남자가 유부남이란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

남성은 소녀를 첩으로 삼으려 했지만 거절. 소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 

위는 친구에게 짧게 소설의 내용을 설명해줄 때 한 말이다. 확실히 팩트지만 몇 가지 정보를 제거하고, 

감정과 생각을 배제한 채로 존재하는 팩트는 얼마나 잔혹하고 볼품없는가.


 사랑. 앞에 다른 사람이 쓴 후기를 읽으며 '성숙한 사랑은 바로 빠지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본 것 같다.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기대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저 사람이 나만 바라봐 줄 것이라는 기대, 내 욕망을 채워주리라는 기대, 나와 같을 것이라는 기대.

기대가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기대는 필연적으로 실망을 가져오고 실망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성장. 성장은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개소리가 아니라, 그저 성장통을 겪고 있을 나와 같은 이들을

안아주고 싶을 뿐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주인공 키키(당연히 키키겠지)는 12살이 되어 마녀마을을 떠나 낯선 도시로 

수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도시에서 어린 소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쓸모없는 혹은 형편없는 존재로 느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알 껍질을 깨듯이 '나' 중심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순간일 수도 있고 중요한 일을 실패했을 때 일 수도 있다. 이 좌절감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간, 우정, 사랑...등등. 하지만 최종적으로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맺음으로써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키키를 도와준 빵집 아주머니, 숲 속에 화가. 순자을 버티게 하는 아들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사람 속에서 밖에 살아갈 수 없기에 저렇게 말씀하신 게 아닐까. 짧은 소견으로 생각해봤다.


 이념. 이 책은 제국주의적 요소가 시대적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많이 들어가 있다.

지난 번 버마시절 토론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요소들이 다른 '주의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느낌이 들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시간이 없어서 그때는 이야기하지 못 했지만 공통된 단점이 그것의 단점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인간들은 여러 이념을 따르지만 그 어떤 이념이던 생겨나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면 원인과 영향이 조금씩 다르다. 플로리의 자살은 제국주의로 인한 

관계의 계급화와 그로인한 고립이 원인이고, 현대의 자살 문제는 뭐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재정적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우리의 사회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우선 이것을 인지하고 항상 좀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해야 한다.


스포를 줄이고 자, 책의 내용을 많이 넣지는 않았다.

책에 대해 한 줄 평을 하자면 미국인의 손에 쓰여진 아름다운 한국 소설. (한국계 미국인이긴 하지만.)

책을 읽는 도중 버지니아 앤드류스의 '사라지는 모든 것들'과 황석영의 '바리데기' 생각이 종종 났다.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는 마녀 배달부 키키!

재개봉 한다니까 극장에서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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