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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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키키 키린 

DIRECTOR · WRITER: 키키 키린

BOOK / MOVIE / ETC: 에세이

SCORE ★★★★

REVIEW:


서울국제도서전에 가기위해 인터넷 서핑을 좀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키키 키린'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았다.



암에 걸린 여배우가 죽기 전에 남긴 120가지 말.


내용이 어찌되었든 이건 사야해! 라는 마음이 들었고 국제도서전에 방문해서 가장 먼저 구매했다.


키키 키린은 <인생 후르츠>, <어느 가족> 등의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인데

아직 한 번도 이 배우가 등장한 영화를 본 적은 없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의미있는 사람의 글이 아니라 

어느 노인의 인생 이야기 정도이다.


나는 앞서 생을 다 살아본 노인들의 책을 꽤 좋아한다.

다만 성공하기 위한 7가지 법칙 같은 자기계발 서적이 아니라

꼭 에세이여야 한다. 독립출판물이면 더더욱 좋다.

그런 책들엔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와 좋았던 것들에 대한 추억이 가득가득 담겨있고

부나 지위를 떠나 그냥 조금 일찍 태어난 사람으로서 살아왔던 이야기를 한 숨 쉬듯 해주기 때문이다.


키키 키린도 그런 책이다.

삶, 병, 늙음, 사람, 인연, 집, 직업, 죽음 이라는 것에 대해서 간단하게만 말하고 끝낸다.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보편된 얘기들이지만 하늘 아래 같은 립 색상은 없다는 말처럼

글에서는 키키 키린만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싶기도 하다.



키키 키린은 스스로 고백하길 '기대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배우라는 직업도 배역을 따기 위해 딱히 노력하지 않았고

가족 중 누가 넘어져서 다치면 마치 타인이 다친 것 처럼 '다쳤구나. 아프겠다.'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잠깐 머무르다 가는 바람처럼 사는 모습이 돋보였다.


결혼에 대해서도 가볍게 말을 건넨다.


결혼하면 고생도 함께 따라옵니다. ...

물론 동거하는 것보다는 식을 올리는게 낫죠.

동거하다가 헤어지면 하기 싫은 일도 사라지니까요.

그 간편함이 인생에는 독입니다.

그런 미적지근한 관계를 반복해봤자 사람은 성숙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짧막하게 한 마디를 남긴다.


내가 성숙하는 데 필요한 대가입니다.


깃털같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가볍게 느껴져도 되는 걸까.


그녀의 120가지 말을 듣다보면 한 가지 떠오르는게 있다.

'그래도 되고 아니면 말고'

가족이든 애인이든 일이든 무엇이든간에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인생 전반을 아울렀던 그 사람만의 철학이었다.

지금의 나는 반대인데. 무엇이든 그래야만 한다고 굳게 믿으면서 나아가고 있지 않나.


예전부터 고민해왔던 두 가지 선택지에서 오늘은 전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다 해봐야해!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그렇게 하면 안돼!


이제 그렇게 살면 안돼라는 말에 가볍게 한 마디 남길 수 있겠다.

남이사~!


고정관념이나 상식에 얽메이지 말고 자유롭게 다 해보며 살아보자.


우리에게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채근담이나 수상록 같은 고전이 있다면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는 키키 키린 같은 에세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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