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재미있는 얘기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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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인생 사용 설명서

DIRECTOR · WRITER: 김홍신

BOOK / MOVIE / ETC: 에세이

SCORE ★★★★★

REVIEW:


리뷰를 작성할 때 종종 언급했었는데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틈이 나면 읽으려고 준비해둔다.

에세이를 읽고 좋다고 느끼면 주변에 권해보기도 하는데 썩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다.

아는 형으로부터는 '본인이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많이 사용하는 책일 뿐' 이라는 반응을 얻었고

중학교 동창은 단순히 '나는 이런 책이 싫어' 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벼운' 책을 다소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는 궁금증이 많은 젊은 시절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고있다.

인생 선배가 살아온 나날들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글이니까.

현자 행세를 하며 여기저기 인생의 왕도나 인생 사는 법을 물어보아도 결국 공통된 결론에 도달한다.

재물은 소용이 없고 건강이 중요하며...


사람들의 삶은 다 비슷비슷하다. 

심리학 용어 중엔 허구적 독특성 편향이란 말이 있다.

자신이 남과는 다른 삶을 산다는 착각이다.

모든 사람은 평균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성공을 맛본다.

그렇게 하루하루 죽어가며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만민의 운명이라면


상상으로 지어낸 문학을 통해서 인생을 살아보거나

위대한 지식과 철학가들의 사상으로 앞날을 헤쳐나가리라 다짐하는 것 보다

지금 나와 같이 호흡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같은 시대를 사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먼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문학이나 철학가들의 통찰도 저마다의 의미가 있겠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삶을 통찰하는 교훈이 담긴 고전도 가치가 있겠지만

21세기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 결혼에 대한 고민, 인공지능 시대의 인생 전반에 대한 살아있는 고민보다 의미가 있나 싶기도하다.


쩝 살아 숨쉬는 진짜 이야기들이 단순히 저평가되는 것 같아서 해본 넋두리이다.




김홍신의 인생 사용 설명서


눈을 감으면 대낮에도 세상이 깜깜하다. 

‘자신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로 시작되는 서문은 곧 일체유심조와 일맥상통한다. 

뒤이어 나온 ‘인생에는 중요하지만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문장은 

어린 왕자가 전했던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에세이는 그런 오랜 통찰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따끈하게 살아있는 인생 조언이다. 

작가가 던지는 일곱가지 이야기에 드러나는 인생관은 

역대 최고 국회의원이라는 충분히 가져본 자로부터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연애소설에서 볼 법한 간질간질한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부부에 관한 우스갯소리였다.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나가라고 소리치자 아내가 곧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가 금방 들어왔다고 한다. 

왜 돌아왔느냐고 남편이 묻자 아내는 가장 소중한 걸 두고 가서 그렇다고 했다. 

남편이 그게 뭐냐고 했더니, 아내가 씨익 웃으며 바로 ‘당신’이라고 했다.


내가 들어본 이야기 중 가장 상큼한 이야기였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관한 철학정도의 통찰은 없지만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사랑이 돋보였다. 

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작가는 ‘사랑’을 정말 가치 있는 것으로 보는데 거기에 공감을 참 많이 했다. 

많은 에세이들을 읽어왔지만 항상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사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시에 사랑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하지만.

선배님들이 그렇게 생각한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어째 시간이 갈 수록 사랑이 결여된 이야기는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노래도, 소설도, 영화도.

아무튼 위와 같은 우스갯소리로 

부부가 한 번쯤 더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넌지시 팁을 건네 받는 것이 에세이로부터 얻는 기쁨 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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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일곱 가지 질문은 더불어 사는 것이 인생임을 알려준다.


  1. 당신은 누구십니까, 
  2. 왜 사십니까, 
  3.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4.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5. 누구와 함께하겠습니까, 
  6.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7.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겠습니까. 


나누어도 받을 사람이 없거나 사랑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는 무인도에 있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말을 통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유한함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부처 혹은 예수를 생각케 하는 작가의 에세이는 옛 성현들의 교훈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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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웃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작가의 아쉬움에 마지막으로 공감하며 책을 덮었다. 

에세이는 항상 내게 에너지를 준다.

인생 선배의 재미있는 이야기 덕분에 오늘 밤은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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