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준비되지 않은 부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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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딥스

DIRECTOR · WRITER: 버지니아 M 액슬린

BOOK / MOVIE / ETC: 교육학 교양도서

SCORE ★★★★★

REVIEW: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 부모인 사람들 을 위한 책이 아니라 그냥 인간에게 필독서다.

알게모르게  오염된 가치관을 걷어낼 수 있게 해주는 읽기 쉬운 책이다.


-줄거리-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듯 보이는 딥스라는 아이가

놀이치료를 받으며 회복되는 과정을 그대로 담은 내용이다.

딥스를 진단한 의사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정신병원에 가야하는 대상은 딥스가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입니다.'


딥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도유망한 학자로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살아가는 지성인이다.

근데 정신병원에 가야한다고 ?! 애가 정신지체인데 왜 멀쩡한 부모가 정신병원에 가야할까?

글쎄 왜 그럴까?






언젠가 부모가 될 지도 모를 내가 지금 이 책을 읽게 된 일은 

살면서 찾아올 몇 없을 기쁨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접하지 못했다면 딥스의 부모가 했던 행동을 미래에 실천하고 있지 않았을까? 

어엿하게 사회생활도하고 결혼도 한 ‘정상적’인 사람으로써 

가정의 불화를 모두 아이 탓으로 돌리고서 말이다. 

이들의 일화를 지켜본 덕분에 가정을 꾸려 나간다는 것의 현실적 의미와 기쁨 

그리고 그 이면의 고통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엄마의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딥스가 태어나서 우리의 계획과 삶을 망쳐버린 거예요.’ 


바른 말은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했다. 

나의 고운 손을 위해 부모님의 손은 망가져가는게 사실이니까.

어제까지의 내가 자녀를 낳게 된다면 아마 똑같이 말하지 않았을까? 

한편으론 무서웠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로써 나는 어디까지 그들의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읽어 나가자 무시무시한 장면이 나왔다. 


아빠가 미워요! 아빠가 미워요! 다시는 나를 감옥에 가두지 마세요. 또 그러면 죽여버리겠어요.’ 


딥스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여섯 살 난 아이가 저런 말을 하게 할 수 있을까?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질책하고, 무시하고, 독촉하면 된다. 

우리들의 행동은 의도보다 결과가 중시되는 때가 많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아이에겐 특히나 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식과 성취로 증명되는 어른들의 직선적인 사고는 

육아라는 사거리에서 반드시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딥스의 일화를 통해서 그것은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것 때문에 황폐해졌던 딥스가 행복, 사랑, 기쁨이라는 단어를 

마구 말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필요한 것은 신뢰와 인내였다. 

비록 거기까지 도달하며 부모의 커리어와 성취가 무너졌지만 

아이가 행복해하자 그들도 행복해졌다. 

이런 딥스의 행동변화를 통해 아이의 마음도 이해해볼 수 있었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수직 관계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자식으로부터 새로운 삶을 부여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생각해보면 내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그 때가 온다면 딥스를 위편삼절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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