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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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인간 실격

DIRECTOR · WRITER: 다자이 오사무

BOOK / MOVIE / ETC:

SCORE ★★★★★

REVIEW: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던 때부터 지금까지도 교보문고 스테디셀러에서 내려오지 않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언가 괴기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인간과 실격이란 단어가 붙어있으면 꽤 절망적이고 기괴하다.

이 책이 더욱더  흥미로운 것은 작가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자 자신의 모습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을 읽어보기 전에 그의 생을 한 번 살펴본다면 책의 주인공 요조와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굉장히 닮아있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P131

무저항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는 책이다. 우리는 살면서 투쟁을 해야 할 상황이 있다.

남이 내 욕을 할 때, 내 물건을 누가 보는 앞에서 부실 때 등 여러 가지 상황처럼 말이다. 
저런 상황을 본다면 나는 소리라도 지르겠지만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천성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인간이다. 
그는 인간 실격이라고 자기를 표현하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 그는 저항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무저항, 그것이 그의 천성이다. 갖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도 아내가 눈앞에서 강간을 당해도 저항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는 책에서 인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글쎄다... 인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이유가 그의 무저항을 더욱 발현시켰다고 본다.  책에서 그에게 인간은 두려움과 불가사의한 것이다. 스스로 광대 짓을 할 정도로 말이다. 너무나 두려운 것이기에 애초에 저항할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 질문이 생겼다.
과연 무저항은 나쁜 것인지에 대해


요조가 행한 무저항은 인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고 그가 실망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이런 천사 같은 행동이 과연 나쁜 것일까?

작중에서 요조의 친구 호리키는 말한다.

“처세술만 믿다간 언젠가는 꼬리가 잡힐걸.”
P92

호리키에게는 요조의 행동이 처세술이라고 느껴진 것이다. 여기에 요조는 자신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피하고 속이는 것이 똑똑하고 교활한 처세술과 마찬가지가 되는가 생각한다.
요조가 남들이 두려워 비위를 맞춰주는 것이 호리키에게는 교활함으로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마담은 책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만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 같이 착한 아이였어요.”P138

여기서 무저항에 선과 악 개념이 애매모호 해진다.
작가는 마담의 입을 빌려 마지막에 요조를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라고 평가한다.

누군가에게는 교활함을  누군가에게는 하느님 같음을. 애초에 무저항이 두 단어이듯이 극과 극의 평가이다. 


책에서 요조는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그의 인생을 바라보면 마약중독, 불륜, 자살 등 여러가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마담처럼 요조라는 인물을 하느님같이 생각한다. 
그가 말한 인간 실격이란 인간으로서는 실격이지만 좀 더 높은 차원의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순종했고 인생에서 다가오는 모든 상황에서 무저항적인 태도를 취했다.
물론 그것들은 인간이 두려워 행한 것이다. 
하지만 남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생각해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은 착한 마음이었다. 
나는 그것이 예수와 흡사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마약과 같은 범죄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평생을 무저항적으로 산 그의 인생이 예수를 연상시켰다. 
예수가 로마 권력의 물리적 폭력에 의해 처형당할 때 죽기까지 순종함으로써 사람이 어떤 시험이나 시련을 겪더라도 하느님께 충실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 내용을 한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타락으로 보지 않고 신적인 성격을 가진 존재의 삶으로 보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역시 ‘무저항’인 것 같다. 
작가가 나에게 책을 통해 준 것은 부끄러웠던 자신의 삶에 대한 변명과 그 삶의 태도인 무저항이 과연 죄인가에 대해 질문한 것 같다.
작가는 마담의 입을 통해 하나님같이 착한 아이라고 표현했지만, 확신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기가 살고 있던 사회에서는 인간 실격이었지만 자신이 살아온 삶의 태도가 과연 죄인가를 신과 그걸 보고 있는 독자에게 물어보고 있다. 
물론 모두 개인적인 리뷰이자 생각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한 번 생각해볼 만하다.  
과연 요조는 죄인인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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