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중국현대문학사- 1917년, 그리고 문학혁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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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중국현대문학사 제3판(북경대출판사, 2011) / 중국현대문학사(학고방, 2016)

DIRECTOR · WRITER: 청광웨이(程光炜) 외 4인 / 김경석

BOOK / MOVIE / ETC: 書

SCORE ★★★★★

REVIEW:

시대적 배경: 1915~1920년 사이

공간적 배경: 주로 상하이 (잡지 <신청년> 발행지)


4. 인도(人道)주의 문학

루쉰(본명: 저우슈런)의 동생이기도 한 저우쭤런은 1918년 12월 <신청년>에 <사람의 문학(人的文学)>이라는 글을 발표한다. 그는 이 글에서 신문학의 본질은 ‘인간’의 새로운 발견이며 ‘인간성’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인도주의 문학을 내세운다. 그 요지는 봉건예교에 시달리던 인간들에게 ‘전통’과 ‘집단’만 있었다면, 문학혁명 이후의 문학에서는 ‘혁신’과 ‘개인’에게로 시선을 돌려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다음해 1919년 1월 출판한 그의 책 <평민문학>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얻는다. 저우쭤런에 따르면 작가는 엄숙하게 하층사회의 “비인간적 생활”을 표현해야 하고, “세간의 보통 남녀가 겪는 희노애락과 흥망성쇠”를 그려야 한다. 그리고 “야만성, 고대의 예법, 부자연스러운 풍속과 제도”에 반대해야 한다.


1925년 발표된 산문집 <택사집(泽泻集)>에 수록된 글 <열사를 먹다(吃烈士)>    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사례가 나온다. 청나라 때까지만 해도 왕조는 일급 사형수의 시체를 백성들이 먹게 하여 국가권력의 두려움을 과시했다. 저우쭤런은 이 풍습을 고발하며 봉건예교가 인간적 존엄을 갉아먹어왔음을 지적한다.



“ 中國人本來是食人族,象徵他說有吃人的禮教, … 其中最冠冕的有南宋時一路吃著人臘去投奔江南行在的山東忠義之民。不過這只是吃了人去做義民,所吃的還是庸愚之肉現在卻輪到吃烈士,不可謂非曠古未聞的口福了。”[1]

“중국인은 원래 사람을 먹는 민족이다. 이는 중국인에게 식인의 예법이 있음을 상징한다 … 그 중에 제일 영예로운 사람은 남송시대에 강남 지역의 행재(지명)까지 (사형수의) 시체를 뜯어 먹으며 (조리돌림 행렬을) 뒤따라갔던 산동의 충의로운 백성이다. 이는 식인을 하여 의로운 백성이 된 것에 불과하지만, 그가 먹은 것은 단지 둔한 고깃덩이에 불과하며, 현재는 오히려 의로운 열사를 먹는 차례에 이르렀다. 참으로 먹을 복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볼드체 및 언더라인은 필자 표기)


저우쭤런이 제창한 인도주의 문학의 의의는 형식상의 혁신 이전에, 문학혁명이 어떤 정신을 가지고 진행돼야 하는 지를 처음 제시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루쉰(본명 저우슈런)의 아내와 형제들, 좌측부터 3남 저우졘런, 아내 쉬광핑, 차남 저우쭤런, 장남 루쉰

5. 루쉰의 <광인일기>

1918년 5월, 잡지 <신청년>에 한 단편소설이 실린다. 이 작품은 실리자마자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지식인과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문학혁명을 더욱 촉진시킨다.


루쉰은 7년 간의 절필을 깨고 백화(구어체)로 쓰인 단편소설 <광인일기>를 발표한다. <광인일기>는 러시아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소설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최초의 현대 백화 소설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비록 구어체로 쓰였지만, 액자식 구성과 치밀한 심리묘사 등 기존의 문어체 소설과는 차별화된 깊이를 지니고 있어 “후세에 전할 만한 귀중한 그릇을 주조했다”
[2]는 평가를 받는다.

자오옌녠(1924~2014)이 그린 <광인일기> 연작 판화 중 제 44판


<줄거리>
(외부 서술자인 ‘나’는 어떤 형제를 알고 지낸다. 그중 아우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귀향길에 겸사겸사 문병을 간다. 하지만 환자는 이미 회복하여 어떤 지방에 관직 임명차 내려간 뒤였고, 환자의 형만 남아 ‘나’에게 아우가 병상에서 남긴 일기를 건넨다. 그 일기에는 아우가 내부 서술자 ’나’가 되어, 1인칭 화법을 통해 마을에 전해져 오는 ‘식인(食人)’ 풍습을 토로한다)


30년 동안 암흑 속에 살아 온 ‘나’는 달빛을 바라보며 제정신이 돌아옴을 느낀다. 하지만 그때부터 마을사람들의 흉악한 눈빛, 역사책 속에 담긴 ‘인의도덕’ 가운데 ‘식인’ 두 글자가 빼곡한 것을 보고는 마을 사람 모두가 ‘식인’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며 방에 가두고, ‘나’는 식인을 멈추면 사람들의 양심을 지킬 수 있다고 형에게 호소하나 형은 오히려 식인의 주동자였고 ‘나’는 다시 감금당한다. 방에서 ‘나’는 어릴 적 5살 된 누이동생이 죽은 이유가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자식의 살점을 떼어줘야 한다’는 형의 주장 때문이었음을 재차 확신한다. 그리고 ‘식인’에 물들지 않은 어린 세대를 구해야 한다고 외친다.

  

수기(手記) 형식이 지니는 결점을 감안하면 <광인일기>가 보여주는 구조적 완성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최초의 백화 단편소설이자, 그간에 전지적 관찰자 혹은 선구자 위치에 머물던 서술자를 버린 점, 작품이 가진 문제의식을 서술자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균등히 투사한 점 등은 당시 문학혁명에서 논의되던 현대성을 구체화하는 데에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루쉰에 대해 자세히 다루겠음)


[1] 식인에는 3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1. 위에서 아래로 내려지는 핍박과 형벌로서의 식인, 2.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먹히고 약한 자를 먹는 식인, 3. 자신의 개성과 자아를 봉건사회 속에서 먹는 식인, 黄开发,<近十几年的周作人研究(上)>,《鲁迅研究月刊》第3,2011, p.45

   

[2] 任艺萍,《记取赤子心曲》,人民日报,201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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